건물이 경매에 넘어갈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시세보다 훨씬 싼 보증금을 내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은 소액임차보증금 최우선변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최근 주택을 팔아도 대출금 등을 갚지 못하는 소위 "깡통주택"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깡통주택을 임차하려는 소액세입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2011년 11월 대전에 사는 공인중개사 전모씨는 부인 최모씨를 시켜 A아파트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A아파트는 이미 채권최고액 합계가 8억 4600만원으로 시세 6억5000만원을 훌쩍 넘은 상태였다. 언제라도 경매에 넘어가도 이상할게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당시 A아파트와 비숫한 조건의 다른 아파트들의 평균 임대차 보증금은 3억 5000여만원이었지만, 전씨 부부는 보증금으로 단돈 2,000만원을 내고 A아파트를 빌릴수 있었다. 당시 전씨 부부는 다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1억5000만원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임대했다. 이 사건 아파트로 이사한 최씨는 전입신고도 마치고 확정일자도 받았다. 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소액임차보증금 최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해놓은 것이었다.
예상대로 A아파트는 임의경매로 넘어갔고 법원은 압류권자인 서대전세무서에 210여만원을, 근저당권자인 은행에 4억1000여만원을 배당하고 최씨는 배당에서 제외했다. 이에 최씨는 전입신고도 하고 확정일자를 정상적으로 받은 임차인인데도 소액임차보증금을 최우선 변제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소액임차보증금에 대해 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취지는 영세임차인의 임차보증금이 그들의 전새산이나 다름없는 것이어서 그에 대한 특별한 보호가 절실하다는 필요에서 마련된 조항인데, 가장 임차인에 대해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설령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실제 주택을 사용, 점유하는 등 진정한 임차인과 같은 외형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소액임차인 보호 규정을 악용해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해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택을 점유, 사용하는 자 에게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민사 3부는 최씨가 은행을 상대로 낸 배당이의의 소 상고심(2013다62223)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씨는 이미 자기 소유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채권최고액 합계가 시세를 초과하는 아파트를 임차했고, 경매가 개시 될 것을 예상해 소액임차인의 요건에 맞도록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임차보증금만을 지급하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점 등을 감안하면 최씨는 주책임대차보호법을 악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자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보호 대상인 소액임차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이 판결은 "비록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췄다 하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원 취지에 어긋나면 '가장 임차인'으로 판단하여 그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취지이므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요건만 갖췄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되며 경매가 예상되는 물건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