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씨는 2013년 3월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를 11억원에 사기로 박모씨와 계약했다. 계약금 1억1000만원 가운데 1000만원은 계약 당일
지급하고 나머지 1억원은 다음날 박모씨의 은행계좌로 주기로 했다.
하지만 시세보다 지나치게 싼 값에 팔았다고 생각한 박모씨는 다음날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나머지 계약금을 받기로 했던 계좌를 폐쇄했다. 박모씨는 해약금으로 먼저 받았던 1000만원의 2배인 2000만원만
공탁했다.
두 사람이 작성한 계약서에는 잔금을 내기 전까지는 박모씨가 계약금의 배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돼 있었다. 또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은 계약금인 1억1000만원으로 약정했다.
이모씨는 계약금을 마저 내려고 법원에 공탁하는 등 여러 방도를
취해봤지만, 소용이 없자 계약 해지를 통보한 뒤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에 1심법원은 손해배상액이 부당하게 과하면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도록 정한 민법에 따라 배상액을 이모씨가 원래 냈던 1000만원을 포함해 4300만원으로 정했다.
한편 항소심재판부는
8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모씨가 박모씨를 상대로 해약금을 지급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해약금의 기준이 전체 계약금이고, 통상적인 부동산 계약에 따라 계약금의 배를 물어내야 계약해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실제로 받은 돈의 배만 돌려주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면 받은 돈이 소액일 때 사실상 계약을 자유로이 해지할
수 있게 돼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발생해 부당하다"며 민간 계약의 안정성을 위해 이처럼 판단했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