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
A 씨는 남편인 B 씨의 외도를 의심했다. 외도 상대자로 의심되는 C 씨는 B 씨와 같은 학교에 근무했다. A 씨는 2020년 4월 오후 11시경 C 씨의 차를 타고 귀가 중이던 B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마친 뒤 B 씨가 ‘종료’를 누르지 않아 A 씨는 B 씨와 C 씨의 대화 내용을 듣게 됐다. A 씨의 휴대전화에는 자동녹음 기능이 설정돼 있었다. A 씨는 공개되지 않은 B, C 씨의 대화를 청취·녹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2021년 1월 A 씨는 법원에 C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녹음 파일과 녹취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A 씨는 2021년 4월 B 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도 같은 녹음파일과 녹취서를 증거로 제출해 타인 간 대화 내용을 누설한 혐의도 받았다.
[법원 판단]
법원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두 사람의 대화를 청취·녹음한 것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외도에 대한 의문이 들 여지가 있던 상황에서 B 씨가 다른 여자와 둘이 대화하는 것을 듣게 된 순간 남편이 외도하는 것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어 보이고 그 순간 자신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을 미처 못했을 수 있다”며 “처음부터 외도 증거 수집을 위해 대화를 청취·녹음한 것이 아니라고 보일 뿐 아니라 대화 청취 등 외에는 외도 사실을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이어서 A 씨에게 적법 행위의 기대 가능성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녹음 대화 누설로 인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녹음파일 등을 증거로 법원에 제출한 것은 사회윤리, 도의적 감정 내지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행위라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증거능력 인정 여부 판단을 위해 재판부가 이를 검토하는 것을 B, C 씨의 사생활의 비밀을 추가적으로 침해하는 범죄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