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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수탁자의 부동산 임의처분 민사상책임져야-대법원 원심파기 판결

작성자우리로법무사

작성일2022-07-04

조회수31,778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인 실소유주의 허락 없이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했다면 횡령죄로 처벌할 수는 없지만 실소유주에 대한 민사상 책임은 져야 한다는 대법원 원심파기 판결이 나왔습니다.(2020208997)

 

201110월 원고는 C씨로부터 토지를 매수하면서 등기는 피고 명의로 하기로 약정했고, 위 약정에 따라 C씨가 피고 앞으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면서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20144월 피고가 D씨에게 이 토지를 매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는데, 14억 원에 토지를 매도하면서 매매대금 중 98000만 원은 D씨가 토지의 근저당권부채무를 인수하기로 하고, D씨에게 소유권 이전등기를 했는데 이를 원고의 동의 없이 진행한 것입니다.

 

이에 원고는 "내 동의를 받지 않고 토지를 처분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하거나 법률상 원인 없이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것"이라며 "피고는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으로 42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청구의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1심은 "피고는 명의신탁 받은 토지를 매도해 법률상 원인 없이 매매대금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원고는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권이 상실되는 손해를 입었다"며 이익 중 일부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도, 다만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부정하면서 26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2심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관계가 있다거나 피고가 원고에게 각 토지를 상당한 가격으로 처분해 그 매매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는 부동산의 매수대금이 아니라, 처분대금이 부당이득으로 문제될 여지가 있을 뿐"이라며 피고의 행위가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배상책임도 없다고 원고패소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 등을 원인으로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그 결과 매도인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어 명의신탁자로서는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없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채권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명의신탁 받은 부동산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했다면, 이는 사회통념상 사회질서나 경제질서를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자의 채권침해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재판부는 또 등기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전원합의체 판결(20146992)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1,2심에서는 불법행위 성립 여부에 관해 이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재판부는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지도이념, 증명책임의 부담과 그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고,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침해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는 형사책임과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해당 판결은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해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관계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에 대해 횡령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명의신탁관계에서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호할 수 없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으로 명의신탁자의 채권이 침해된 이상, 형법상 횡령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 처분한 경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46992) 선고 이전까지 이를 횡령죄로 처벌하고 있었으므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해 불법행위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해선 특별한 의문이 없었다""그러나 해당 판결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에선 명의수탁자의 임의 처분행위가 형사상 횡령죄로 처벌되지 않더라도, 명의신탁자의 채권인 소유권 이전등기청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민법 제750조에 따라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설시함으로써 앞선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 제기된 논란을 명확하게 정리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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